시집『투망도投網圖』1969

<시> 달처녀의 엽서

洪 海 里 2005. 10. 28. 10:11







달처녀의 엽서


洪 海 里




암스트롱,
그대 이 몸의 꿈도 신비도 모두
부숴버리고 떠나가셨네.
내 가슴 한복판
그대 가장 귀한 씨앗을 뿌리고
사랑과 평화의 문을 열어놓고
60억의 눈들이
60억 개의 달이 되어 빛나는 지구로
돌아가셨네.
당신이 제 주변을 빙빙 돌면서
독수리가 하늘을 돌 듯
제 가슴을 쪼으려 할 때
이 몸은 부끄러워 혼이 났어요.
드디어 거대한 그대의 발이
이 몸을 밟고
신화이던 제 가슴의 문을 열었을 때
저는 깨달았어요.
사랑은 오래 오래 달아 올라서
모든 불가능을 부숴버리고
인간도 때로는 기계가 되는 것을.
신비스럽던 제 속살이 그대 손에
파여 들어날 땐 그냥 황홀 그것
몸을 떨며 넋을 잃고 말았어요.
그대는 온통 나의 넋을 앗아버리고
저만 남겨두고 돌아가시고
억겁을 기두리던 제 순정이 그리울 때면
언제고 오세요, 그대
저는 이미 그대의 것
영원히 그렇게 당신에겐 신비이고 싶어요.
 

- 시집 『투망도投網圖』(1969, 선명문화사)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개똥벌레 연가  (0) 2005.10.28
<詩> 꽃밭 이야기  (0) 2005.10.28
<시> 아지랑이  (0) 2005.10.28
<시> 무원 시인에게  (0) 2005.10.28
<시> 분수  (0) 200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