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새벽의 꿈

洪 海 里 2005. 10. 29. 04:36

새벽의 꿈

 

洪 海 里

 

 

모든 것을
이승의 잠 속에 접어두고
가벼이 날아가다 보면
시월 상달 산수유 열매를 적신
새벽 이슬도 빠알갛게 물이 들었다.

잠 속의 어둠을 털고 일어서면
이승의 모든 계약도 그대로
열나흘 달빛을 얼르던 강물소리도 그대로,

잠 속에 열려진 대문을 나섰더니
날새도 발소리 죽인 허허론 모랫벌을
잠깨어 눈을 부비듯
짧은 추억의 그림자로 문대고 있는 파돗소리,
바닷물은 찰랑히 서서 조잘대고
갈밭은 흔들리며 타고 있었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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