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아지랑이

洪 海 里 2005. 10. 29. 04:35

아지랑이

 

洪海 里

 

 

싸움터에서 돌아오는
허기진 사내들의 기침소리
죽은 풀잎을 들고
이슬 속에서 일어서고 있다.

도시의 거리마다
눈썹이 무성한 여자들이
하루에도
십리를 몇 번씩 하품하며
자꾸만
침몰하는 지구를 두드리고 있다.

햇빛과 바람의 남쪽에서
동백은 터져 후피향을 나르고
낯익은 듯한 사내와 여자가
눈 밖으로 사라지고 있다.

환상의 불을 지피고 있는
도시의 아이들
스러지는 건물의 그림자 속으로
눈알에 불을 달고 날아다니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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