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의 「은자隱者의 꿈」
- 김 금 용
산 채로 서서 적멸에 든 고산대의 朱木 한 그루,
타협을 거부하는 시인이 거문고 줄 팽팽히 조여 놓고 하늘棺을 이고 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계시다.
현과 현 사이 바람처럼 들락이는 마른 울음 때로는 배경이 되고 깊은 풍경이 되기도 하면서,
듣는 이 보는 이 하나 없는 한밤에도 환하다 반듯하고 꼿꼿하시다. -『牛耳詩』(2005.2월호)
* 한밤에도 환하다
시인의 정신은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고산대의 주목 한 그루"처럼, 혹은 한겨울 나목처럼 "산 채로 서서 적멸에" 들며 "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있는 것일까. 시가 읽히지 않는 현실에서 시의 미래는, 시인의 정신은 어떠해야 하는가---들어보자.
순수예술, 혹은 기초과학이 무시되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隱者는, 시인은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고산대의 朱木 한 그루"가 되자고,
비록 지금은 한겨울 나목이 되어, 잊혀진 고산대의 주목이 되어 을씨년스러운 풍경, 배경이 되고 있지만, "듣는 이/보는 이 하나 없는/한밤에도 환하다/반듯하고 꼿꼿하시다"하며 "하늘棺을 이고/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있기를 다짐하는 것이다. 시인은---!
시인 정신은 이러하리라. 대중적 인기 위주에 연연해서도, 절망해서도 아니 되리라.
주목처럼 올곧게 서서 "거문고 줄 팽팽히 조여 놓고/하늘棺을 이고" 타협을 거부하리라.
이전에도 현재에도 다시 미래에도 시인정신은 이러했다고, 이렇게 의연하자고, <세한도> 그림 한 점 같은 隱者의 꿈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2005년 새해의 다짐으로---! (시인)
* 풍상 다 입고 덮은 세월로 굽었다가도 다시 몸을 일으키는 것은 소리 고운 바람의 현을 말아 몸에 끼우고 비비고 비벼 내는 소리에 스스로 깨어남이라. 소리가 몸을 돌아 나오는 동안 살점이 떨어졌다가 새 살이 나는 동안 벼린 소리 천년을 걸러내는 소리 듣고 보내는 사람은 시인으로 칭해도 좋으리라.
세상에 떠도는 시가 많지만 대개 가벼운 입술의 말이다. 시인 이름을 받은 이는 진짜로 홀로 서 있어도 시를 살아내는 사람이다. 듣는 이 없어도, 한밤 버릇처럼 몸을 풀어 운다. - 금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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