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시감상> 시 감상을 시작하면서

洪 海 里 2005. 10. 31. 19:30

시 감상을 시작하면서
- 사치시(奢侈詩)

 

김 재 면

누가 만약 ‘일반인에게 있어서 좋은 시는 어떤 시인가?’하는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답을 하겠습니까? 물론 저는 정답은 없지만 ‘ 우리의 느낌과 정서를 새롭게 잘 표현한 시가 좋은 시이다.’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시는 나에게 좋은 느낌을 준다고 다른 사람도 똑같이 좋은 시로 보여지지 않습니다.
시를 읽는 사람의 나이, 환경, 성격 ,직업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니까요.
요즈음 점심 식사 후 한두 편의 시를 읽어보는데 가끔은 느낌이 좋은 시를 만나곤 합니다.
제가 읽어본 시를 한편씩 소개하면서 느낌도 함께 담아보고자 합니다.
우연히, 또는 소개를 받고 저의 home page에 들어오신 분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에 대하여 쓴 시 한 편을 소개해보겠습니다.
홍해리 시인의 시로서 시를 써보았자 아무런 경제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표현한 시입니다.
시를 쓰는 일은 사치스러운 일이고 이렇게 쓴 시는 사치시가 되나요?

사치시奢侈詩

 

洪 海 里



밥이 되나 술이 되나
시를 써 뭘 해
밤낮 없는 음풍영월(吟風咏月)

세월은 가고
끼룩 끼이룩 기러기 하늘

돈 나오나 떡 나오나
시는 써 뭘 해
꽃놀음 새타령에
나이는 들고
꺼억 꺼억꺽 벙어리 울음

천년 울면 눈트일까
목타는 길을
푸른 가약(佳約) 하나 없이
홀로 가는 비바람 속
눈물로나 비출까 끼룩 끼이룩.

(우이동 9집,『가는 곳마다 그리움이』,1991,05』)에서

나이 들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면서 시나 쓴다고 하여 제대로 돈벌이도 못하는 자신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시입니다.
실제 마음은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번 푸념하는 정도라고 이 시를 새기고 싶습니다.
음풍영월(吟諷迎月)은 음풍농월과 같은 뜻으로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대상으로 시를 짓고 흥취를 자아내어 즐겁게 논다는 뜻입니다.
기러기 한평생은 ‘철새처럼 떠돌아다녀 고생이 장차 끝이 없을 생애’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2연의 ‘끼룩 끼이룩 기러기 하늘’은 기러기처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모습을 표현한 구절로서 ‘꺼억 꺼억꺽 벙어리 울음’과 對句를 맞추는 표현이라고 봅니다.
시를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느낌이 잘 오지 않나요? 우리 주위에 보면 열심히 일하는데 별로 경제적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한 분이 있으시면 힘을 내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김재면내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