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발성연습
아무도 없는 들판에허공이 한 마당 허옇게 누워 있고어둠이 혼자서 허리를 꺾고 있다.소리도 못 치는 허수아비가달빛과 꽃과 바람을 데리고양춤을 추고 있는 풍경이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짙은 막막함 그 한가운데슬픔과 한의 새가가끔 입을 벌려발성연습을 하고 있다.관절염을 앓고 있는 모국어로아!아!아!아!앜!울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