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발성연습

洪 海 里 2005. 11. 1. 05:57

 

발성연습

 

홍해리(洪海里)
 

아무도 없는 들판에
허공이 한 마당 허옇게 누워 있고
어둠이 혼자서 허리를 꺾고 있다.
소리도 못 치는 허수아비가
달빛과 꽃과 바람을 데리고
양춤을 추고 있는 풍경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짙은 막막함 그 한가운데
슬픔과 한의 새가
가끔 입을 벌려
발성연습을 하고 있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모국어로
아!아!아!아!앜!
울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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