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이명

洪 海 里 2005. 11. 2. 06:12

이명耳鳴

 

洪 海 里

 

 

한밤 모든 사물이 죽어
어둠만이 충만할 때
나의 귀는 운다
통곡하며 운다.

누가
나의 혀를 잘라내고 있다
두 귀도 도려내고
눈도 휘벼내고
드디어 두개골을 박살내고 있다.

칼날이 번쩍인다
푸른 식칼이
토막토막 자르는 도마 위에
나의 전신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잔인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다.

푸지직 푸지직
파란 연길 내는
석쇠 위의 분신이
다 타고나면
나는 무엇으로 남을까
대지 속에 빛나는 피와 살의 향기여.

사내들은 몇 마리
야견을 기르고 있다
정직한 눈물은 눈물을 부르지 않는다
나 하나 밝히는 등불 하나
어둠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타는 소리 들린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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