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법주사 뒤뜰

洪 海 里 2005. 11. 2. 06:36

 

법주사 뒤뜰

 

홍해리(洪海里)
 

연두 빛 고요론 뜰에 누우면
수 천 수목 손가락 사일 흐르는 바람
내 어깨를 흔들고 있다
봄볕에 흐르는 삼라만상
새울음, 부처님 말씀도 녹아버렸다.
춘삼월 간혹가다 피어나는 꽃
아름답기야 나비 날음새로
하늘을 열고
열 손가락 꼽아야 다 못하는 얘기지만
한 송이 꽃대궁에 그린 정이야
뜬구름 십리 위에 도는 바람
못 잊을 얘기로 이은다 해도
그 고운 정이야 다 하랴만
우수에 젖어드는 버드나뭇잎
신라 처녀의 감싸는 품이
열두 폭 치마 속에 숨은 부처님
연화경 속에서 살아 나온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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