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채석장

洪 海 里 2005. 11. 2. 06:37

 

채석장

 

홍해리(洪海里)
 

천년을
하루같이
자연이던

돌.

정소리마다
튀어나는 돌조각
하늘이
한 자락씩
무너져 내리고,

신록의 사이
햇살은 부서지고
돌 깨는 소리 찰랑하지만
우리 옆구리의 청비늘은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 나가고,

흰 
구름장만
날리면서도
배 고프지 않던
저 현훈의
지난 날.

다시
저 돌이 인공의 조화로
천년을 선다 해도
무너져 내리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는
깨어져 금간 가슴
억겁의 생명도 잊고
무너지지 않고
깨어지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절규하는

돌!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뻐꾹새  (0) 2005.11.02
<시> 거울 III  (0) 2005.11.02
<시> 법주사 뒤뜰  (0) 2005.11.02
<시> 바람 한 점  (0) 2005.11.02
<시> 거울 II  (0) 200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