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거울 III

洪 海 里 2005. 11. 2. 06:39

 

거울 ·Ⅲ
-가을운

 

 

홍해리(洪海里)
 

들에 나서면 날이 저문다
빛나던 여름의 피를
저녁바람으로 닦으며
어딘가로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푸른 하늘에 피던
저문 산의 새소리
하느님의 뜰에 나뭇잎은 지고
분주한 발자욱소리 들리면
낯선 여자들이
바위 속 깊이에서
속옷을 추스리고 있다.
그녀들의 눈물은
어디까지 가고 있는 것일까
마른 풀잎의 이슬이 자라서
큰 바다가 일어서고
물결마다
은빛 바람으로 엮는 노래가 충만하다.

하늘엔
온갖 허물이 벗겨지고
차가운 이마
투명한 언어가
지층 깊이 내려
기다리는 죄를 다시 앓는다
건강한 사내들이
그 죄의 끈을 잡고 겨울을 맞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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