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우리들의 말』1977

<시> 잠 속에서

洪 海 里 2005. 11. 3. 19:18

 

 

잠 속에서

 

海 里

 

일어나자 일어나자
시 한 편 쓰지 못하고 지샌
어둡고 긴긴 겨울밤
웅크리고 눈감은 채 지샌 겨울밤
부질없고 어리석은 우리들의 꿈
말라빠진 풀잎처럼 흔들리었다
설한풍 설한풍 음산한 바람소리
덧없이 밟혀 밟혀 죽어버린 채
언 땅속 긴긴 잠에 발을 잠그고
저 머언먼 하늘 비인 허공
하릴없이 흔들리는 우리들의 생애
못 이룬 꿈의 잔해를 씻어내리며
눈뜨는 빗소리 봄빗소리여
일어나라 일어나라 어깰 흔드는
눈물로 잠 깨우는 만 리 밖의 꿈
텅 빈 들판 갈대들 서걱이는
기진한 바람의 손길 이끌고
따스한 겨울햇살에 끌려간다
막막한 겨울밤의 터널을 지나.

 

- 시집『우리들의 말』(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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