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牛耳洞에서

洪 海 里 2005. 11. 7. 19:01





우이동에서


洪 海 里

 

떨리는 손을 모아
어둠 속에서
신부의 옷을 벗기우듯 하나씩 하나씩
서서히 아주 서서히

인수봉과 백운대에 걸친
안개옷을 걷어올리는
하느님의 커다란 손이 보인다
비가 개면

푸르른 솔밭 위로
드디어 드러나는 허연 허벅지
백운대의 속살
젖을 대로 다 젖은

떨리는 사지 사이
이름 모를 새들의 눈부신 목청
수줍어 아직 다 틔이지 않고
무지의 풀잎들이 일어서는데

약수터 세이천洗耳泉으로 가는
무리진 발자국의 경쾌함
눈을 씻고 만나는 허공
햇살 속에 펼쳐진 하느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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