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다시 통일촌에서

洪 海 里 2005. 11. 8. 09:07
다시 통일촌에서
홍해리(洪海里)
 

한낮에 반짝이는 강물 위로
떠돌던 영혼들의 두런거림
한 세대가 바람소리에 씻겨
허옇게 바랜 갈대꽃이 피었다
펄럭이던 청춘의 불꽃
밤마다 통곡으로 지새이다
산빛으로 물빛으로 닦인 눈물을
한 다발씩 하늘에 날리고 있느니.

불길이 타오르던 허리께 주변
살점과 뼈다귀 다 사그러지고
침묵만이 땅으로 땅 속으로
이승을 흔드는 투명한 금빛 고요
녹슨 총알과 칼과 용기가
하늘에 스스로를 비춰 보면서
한없이 저려오는 비인 가슴으로
바람 한 점을 날리고 있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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