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노상에서 기다리기

洪 海 里 2005. 11. 8. 03:49
노상에서 기다리기
홍해리(洪海里)
 

육체를 쫓겨난 영혼들이
노상에서 떨고 있었다
인파와 윤파의 해일과
더 많은 전차가
귓속으로 달려갔지만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았다
발가벗은 몸뚱어리를 들어내고
회색빛 하늘 아래 서 있으면
별들의 목이 잘려나가고
의자 부서지는 소리가
눈에 훤히 보였다
밤이 깊어갈수록
요란한 굉음은 더해갔지만
새벽은 그만큼 가까이
아무도 보지 못하는 지구의 저편에서
빛나는 해를 바닷속에 씻고 있었느니
사람들이 노상으로 밀려나오고
영혼들은 하나씩 집을 찾아들었다
불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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