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서울역 광장에서

洪 海 里 2005. 11. 8. 09:09
서울역 광장에 서서
- 김석규에게
홍해리(洪海里)
 

어둠이 800만의 눈썹을 찍어눌러도
홀로 살아나서 움직이는 곳
밤으로 떠나가는 시인을 보내면서
수없이 손을 흔들어도
하늘의 별은 그대로 반짝일 뿐
고향의 흙내음도 바람소리도
다 사라져간 광장에 서서
벽시계를 혼자서 바라보면
모두들 어디론가 가고 있는데
다 잠들어도 잠들 수 없어
기적소리만 길게 울리고 있다
향수처럼 가슴 푸른 절망이나
사내들의 울음같은 기적도 없는
역광장 머리 위의 첫가을 하늘
살아 있음,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밤의 서울역 광장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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