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안면도에서

洪 海 里 2005. 11. 9. 06:23
안면도에서
홍해리(洪海里)
 

안면도 승언리 뒷산
기슭의 보리밭
김매는 여인네들 가랭이 사이
초록빛 물결이 일어서고 있었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이랑 이랑마다
파도를 타는 아지랑이
달빛이 와 뒹굴던
바다, 바다의 보드라운 가슴
고무신 코와 속옷
진달래도 망울지고
맨몸으로 내리는 정오의 햇빛
멀리 가까이 크고 작은 섬
난초꽃이 지천으로 피어
열 네다섯의 계집애들도
바닷가에 나와 조개를 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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