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종점 부근

洪 海 里 2005. 11. 9. 09:01
종점 부근
홍해리(洪海里)
 

종점에 가까와질수록
차내엔 운전기사와 안내양
그리고 텅빈 공간의 쓸쓸함
불빛은 뒤로 뒤로 물러나고
서울의 변두리로 밀려나면서
어둠에 잠긴 낯익은 숲과
그 속에서 우는 소쩍새의 울음소리
소나무 바람소리를
귀로 맞으면
이방인처러 헤매이던 한낮의 거리
귀 아프던 귀울음이 어느덧 사라지고
가슴의 파도가 잔다
어둠 속 우뚝 서서 높이를 재는
인수봉과 백운대의 의연함
움쩍도 않는 하늘의 진리처럼
삼라만상을 품어 안은 채
도시의 지붕과 굴뚝 위로
아름다운 꿈과 평화를 고루 흩뿌리며
하늘의 별을 빛나게 한다
자정 가까이 종점부근에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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