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꿈속 아이들

洪 海 里 2005. 11. 9. 09:06

꿈속 아이들

홍해리(洪海里)
 

엊저녁 꿈속에선 아이들을 만났지
가슴마다 별이 총총
달도 밝게 떠서 가고 있더군
가만히 보니 눈이 하나씩 더 있더군
귀도 한 개가 더 달려 있고
목소리도 금빛 꿈으로 젖어 있더군
그 아이들을 만난 것은 우연한 일
어둠 속에서도 어두운 것을 모르고
나뭇잎이 우수수 우수수 바람이 불고
풀이파리가 시드는 것을 보고
봄이 오리라 노래하고 있더군
누가 가르치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의 언어는 초록빛으로 반짝이고
영원 사랑 자유 진리 그런 것들로
가슴속에 타는 불길을 삭여
집을 짓고 있더군
내일이란 집을 짓고 있더군
엊저녁엔 꿈속에서 아이들을 만났지
집을 짓는 아이들을 만났는데
내가 자꾸 부끄러워지더군
자꾸 자꾸 부끄러워지더군.
 - 《스카우팅》(1980.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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