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시> 섣달에 잠깨어

洪 海 里 2005. 11. 9. 09:05
섣달에 잠깨어
홍해리(洪海里)
 

새벽녘 문뜩 잠이 깨이다
밖엔 때아닌 빗소리 후득이고
한 세대 묵혀온 철조망
녹슨 허리가 결린다
거기도 비가 오고 있는지
또 한 해가 가고 있는데
꺾인 갈대꽃을 흔드는 바람소리
잠 달아난 새벽녘
창백한 이마에 꽂히는 창백한 빗줄기
비인 가슴을 채우는
잠속으로 달려가는 시간의 살
문뜩 나타나는 빨간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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