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시> 요즘들은

洪 海 里 2005. 11. 11. 05:19

 

 

요즈음들은
홍해리(洪海里)
 

낮은 목소리로
낮으막히
낮으막히
낮게
낮게
말한다
낮은 데로 낮은 곳으로
물이 흘러가듯이

안개처럼 물러서다
이슬비처럼 적셔주다
바람처럼 간지럽히다

꽃은 벌써 져버리고
허무와
노을을 그리고 있다

향기없는 꽃
색깔없는 꽃
형상없는 꽃이 되어 서서

울지 못하는 새
날개없는 새
가슴이 없는 새를 사랑하고

부질없구나
하염없구나
허무하구나 하며
우는 창녀여

해 저물면
밤 새도록
날 밝아도

입은 두 개
귀는 하나

그래도 말은 없고
꿈도 빛도 잃어

낮은 데로
낮은 곳으로
물이 흘러가듯이
그렇게
그렇게
낮게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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