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청별淸別』(1989)

<시> 비진도에서 - 샛바람

洪 海 里 2005. 11. 13. 12:53
비진도에서
- 샛바람
홍해리(洪海里)
 

술에 젖어 파돗소리도 놓치고
바람소리에 잠이 깨이다
비진도의 옛이름은 미인도
그 자랑에 밤잠을 잃었던
김금찬 할아버지는 미수의 청년
대대로 익혀 온 섬영감의 일기예보
오늘은 바람 불고 비 오겟다
오후에 배 타려다 또 묵겠으니
아침배로 떠나라 성화를 댄다
잠 덜 깬 섬 몇 개 사진에 담고
납작부지섬 삿갓부지섬 모두 담고
가지 마! 가지 마! 외치는
버선발 속치마의 파도를 떨쳐 두고
백사장을 걸어서 부두에 닿았다
바람은 구름을 몰아 하늘을 가리고
배는 충무로 충무로 시속 18노트
볼 것 다 못 보고 떠나는 비진도 외항
샛바람 탓이다 원망하면서
돌고래호 등에 앉아 바다를 넘는다.

 

'시집『청별淸別』(198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청산도에서  (0) 2005.11.13
<시> 배 안에서  (0) 2005.11.13
<시> 그리움 - 비진도에서  (0) 2005.11.13
<시> 금일도에서  (0) 2005.11.13
<시> 바다 앞에 서면 - 보길도 시편 20  (0) 200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