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耳洞 이야기

우이동 '솔밭공원'

洪 海 里 2005. 11. 14. 07:07

[등잔밑여행]

우이동 '솔밭공원'
솔~솔~ 내 가슴에 솔바람 분다

‘木+公’

나무 이름중에 ‘공(公)’과 같은 존칭이 붙은 나무는 소나무밖에 없습니다. 나무에 만약 신분이 있다면 그 으뜸은 소나무일 것입니다.

하늘로 솟구쳐 쭉쭉 뻗거나 인고의 세월을 처연하게 품은 아름드리 줄기, 노란 속살을 ‘철갑’으로 둘러친 소나무의 품세에선 귀티가 흐릅니다.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 뿐 아니라 몇 백년된 노송 앞에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그 때문이겠지요. 특히 고고한 자태의 소나무가 한데 모여있는 모습은 정말 귀한 풍경입니다.

백두대간의 깊은 산중에나 있을법한 솔숲이 우리들 가까이에도 있습니다. 가을을 부르는 솔바람을 맞으러 이번 주말엔 솔숲 여행을 떠나봅시다.

소나무 1,000그루 군락을 이루고

서울의 유일한 국립공원인 북한산자락 강북구 우이동(牛耳洞). ‘소의 귀를 닮았다’는, 듣기에도 예쁜 이름의 우이동에 영험한 소나무들이 군락을 지은 솔숲이 있다. 산속에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솔숲은 우이동길 대로변에서 버젓이 위용을 드러낸다. 덕성여대 건너편 우이동 59의 1 일대 솔밭공원이 바로 그 곳.

소나무들이 키재기에 뒤질세라 20여m 높이로 쭉쭉 뻗은 채 하늘 가득 솔잎구름을 피우고 있다. 1만500여평의 공원안에 수령 100년을 넘는 한아름 굵기의 소나무 1,000그루가 잡나무들의 범접을 막고 한데 어울려 풍채를 자랑한다.

솔숲 안으로 들어서니 솔향을 담은 은은한 바람이 스치고, 머리 위 솔잎 지붕 사이로 햇볕이 부서져 내린다. 솔숲 그늘 아래 나들이 나온 주민들은 저 편한 자세로 눕거나 기대 앉아 소나무의 푸른 정기를 담뿍 마신다.

솔잎 떨어진 바닥엔 말라붙은 솔방울이 뒹굴고 그 사이를 비둘기가 종종걸음친다. 이렇게 솔숲은 여유로움으로 가득했다.

엄마와 아이가 지압보도를 걷고 있다.
어렵게 지켜진 귀한 솔숲

주민들은 “귀한 솔숲이 아직도 서울에 남아있다는 것은 축복”이란다. 전국에서 솔숲으로 유명한 곳은 경북 울진 봉화, 강원 대관령, 충남의 안면도 정도. 경기도와 서울 일대의 왕릉 주변에 소나무가 일정 규모의 군락을 이룬 곳은 있지만 산이 아닌 평지에 남아있는 곳은 우이동 솔밭공원이 유일하다.

솔밭공원 인근 동네 곳곳에 자연산 소나무가 한 두 그루 살아있는 것으로 봐서 예전에는 우이동, 수유동 일대 전체가 거대한 소나무 숲을 이루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 확장에 밀려 그 큰 솔숲은 점차 집들로 채워졌고 이곳만 남겨진 것이다.

솔밭공원의 소나무도 그 보존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유지였던 우이동 솔숲은 공원이 조성되기까지 제대로 관리된 적 없이 방치돼 왔다.

지주들은 대로변인 이곳에 빌라 등을 짓기 위해 지목을 임야에서 대지로 형질변경해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80년대 중ㆍ후반 한창 개발 바람이 불 때에는 나무에 구멍을 뚫고 농약, 기름을 주입해 고사시키려는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원용지로 지정된 솔숲은 토지 보상을 거쳐 올해 1월 솔밭공원으로 새단장해 문을 열었다.

할아버지들이 소나무 그늘에 앉아 바둑을 즐기고 있다.
주민들의 편안한 쉼터

솔숲을 훼손하지 않고 조성된 솔밭공원은 일부 남는 공간을 활용해 산책로, 놀이마당 등을 갖췄다. 예전 공차기를 하던 솔숲 한 가운데의 공터는 무대를 갖춘 공연장인 ‘애솔마당’으로 꾸며졌다. 삼각산문화축제 등 강북구의 대부분 야외 문화행사가 죄다 이곳에서 열린다.

솔숲 한켠에는 삼각산을 상징하는 3개의 앙증맞은 돌탑이 서있고 그 옆에 돌탑을 쌓아볼 수 있는 돌탑 체험장을 갖추고 있다. 솔숲 그늘 아래 바둑쉼터에서는 바둑판을 둘러싸고 동네 어르신들이 삼매경에 빠져있다. 한 할아버지는 수가 보이지않는지 연신 부채질이다.

공원의 지압보도도 건강을 찾아 솔밭공원을 찾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 통나무, 해미석, 자갈 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맨발로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원을 관리하는 강북구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주민들이 솔숲에 무작정 들어가 소나무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로 바닥이 굳어지면 유독 공기를 좋아하는 소나무의 뿌리가 제대로 숨쉬기 어려워진다. 구는 귀한 솔숲을 보존하기 위해 조만간 목책을 세울 방침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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