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청별淸別』(1989)

<시> 화순 기행

洪 海 里 2005. 11. 17. 17:25
화순기행
홍해리(洪海里)
 

진달래 버는 남녘땅
뱀들도 눈을 뜨고
난초꽃 무더기 속에서 수런거렸다
쑥 냉이 냄새가 묻어나는
바람을 타고 들려 오는 노랫소리
높은 음계로 계집애들이 불러댔다
청미래덩굴과 가시나무 사이로
토끼똥도 보이고
멧돼지 말자국도 찍혀 있었다
앞산 양지쪽에서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겨울을 넘기고 놓은 목숨을 묻고
마알간 잔디의 실핏줄을 밟으며 밟으며
울고 있었다
노랑나비 날개 위로
봄날이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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