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청별淸別』(1989)

<시> 우이동 일지 6 - 백운대 인수봉을 보며

洪 海 里 2005. 11. 18. 08:39

우이동 일지 ·6

- 백운대 인수봉을 보며

홍해리(洪海里)
 

누구의 손으로
천년 아니 억겁의 세월이 빚은
지상에서 가장 잘 생긴
서울의 유방 한 쌍
하늘에 드러낸
맑은 살결
서울을 골짜구니에 품은 채
젖빛 안개로 부끄러움을 가리는
이곳에 오르면
악인도 신선이 되어
사람마다 날개가 돋는다
나무가 나무로 서서 숲을 이루고
바위가 비로소 바위로 서는
이곳에 서면
저 시장의 개미 떼 벌 떼
그들의 눈썹 위로
새들을 날리고 서서
천 마디 만 마디의 말
침묵으로 이르는
바위 아닌 산을 본다
산이 아닌 거인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