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청별淸別』(1989)

<시> 異說 놀부論

洪 海 里 2005. 11. 18. 08:59

異說 놀부論


그리운 섬 그대여
비유가 없는 이 시대
풍자가 없는 이 나라
바닷속에 숨었다 드러났다 하는
파랑도 같은 그대
그리운 섬이여.

지리한 장마 끝
하늘 터지며
반짝이는 웃음소리
언뜻 스치는
낯익은 얼굴
금빛 그리움이다.

기갈의 시대
물 만난 털난 미꾸라지
비맞은 호박잎의 물방울
솔밭 푸르른 바람소리다
챔피언을 한 방에 뉜 KO 펀치다
술 깨는 새벽녘의 냉수 한 사발이다.

재벌 총수의 늘어진 불알을 물어뜯는
벼룩이다, 벼룩!
아니면
악어의 눈물이다
어둠 속에서 모이 쪼는 새
그 눈빛이다
허구의 꽃이다.

잘 익은 보리밭의 깜부기
또는 그 위로 솟구치는 종달새의 비상
뒤돌아보면
추억은 금빛 그리움
함박눈으로 내리고 있다.
(『淸別』(동천사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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