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청별淸別』(1989)

<시> 우이동 일지 21 - 겨울 여행

洪 海 里 2005. 11. 18. 08:55



이동 일지 ·21

- 겨울 여행



홍해리(洪海里)
 

우리는 초라한 겨울 철새
마음이 고파
따뜻한 남쪽 나라
이름 없는 섬 바다를 찾아
그리운 흙 냄새 맡으며
땅 가까이 야트막히 날며
남으로 남으로 간다
끼룩 끼이룩
서로를 토닥이며
영하 11℃의 서울 하늘
막막한 바다를 떠나 외딴섬을 찾아간다
외롭다 외롭다 어깨를 두드리며
끼룩 끼이룩
우리는 바다에 가서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갈매기는 마음대로 하늘을 가르고
바다는 수정 물빛 자랑하는데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무엇을 들을 수 있을까
끼룩 끼이룩
남으로 남으로 날아간다.


-『청별淸別』(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