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시> 헤진 情

洪 海 里 2005. 11. 26. 06:52
헤진 情
홍해리(洪海里)
 

홀연히 떠나가는
그대 뒷모습
낯선 바람만
쓸쓸한 어깨에 맴돌고

빈 가슴에 하늘이
쏟아질 듯
내려와 쉬는
늦은 봄날도 가고

산모롱이 돌아가는
상여소리
싸리꽃만 무더기로
흔들어 놓고

뻐꾹새는 숨어서 
울음만 
울음만 토해내는
유월 한나절

새소리에 묻어나는
젖은 목소리
낮은 곳으로 모이던 헤진 情
하늘에 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