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시> 나무들은 둥글게 나일 먹는다

洪 海 里 2005. 11. 26. 06:59
나무들은 둥글게 나일 먹는다
홍해리(洪海里)
 

날마다 해 떠오르기 전
새들이 어둠을 털어
졸립고 피곤한 선잠을 깨우면.
나무들은 천의 날개를 달고
가볍게 아주 가볍게 날아 올라서
둥근 해를 품어 안는다
잠 깨어 부푸는 아침 구름도,
가지마다 사태지는 초록빛 기운
우리가 갇힐 곳이
비록 무상한 생명의 집일지라도,
나무들은 해마다 하나씩 하나씩 
둥근 영혼의 집을 짓고
스스로 다스리는 지혜를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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