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시> 술 노래

洪 海 里 2005. 11. 28. 06:40
술 노래
홍해리(洪海里)
 

가장 아름다운 물이 되기 위하여
아니, 가장 황홀한 불이 되기 위하여
눈 감고
삼 년
귀 막고 
삼 년
입 닫고
삼 년
그보다 먼먼 역사를
아리랑 아리랑 소리없이 울었다.

어둠 속에서 옷을 벗고
몸을 바꾸고
아무런 몸짓도 없이
모든 번뇌 비인 하늘에 띄우고
어둠의 옷을 입고
땅 속에 누워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투정으로
절망과 슬픔과 고독을 삭이면----,

한 알 사리이듯
땅 내음 가슴에 품고
바람도 별빛도 모아 담아
살과 뼈를 다 삭혀 낸 후
더운 숨을 흘려 버리고 나면
빨간 참숯의 혓바닥이 되어
가장 향그러운 물
영롱한 호박빛 투명이 고인다.

어느날
까맣게 잊고 있던 불씨 하나가
몸에서 타오르는 날
그대의 눈물보다
풀잎의 이슬보다 순수한 문법으로
목숨의 꽃 같은 저녁놀 아래
스스로 우는 가락의 혼불로 타리라
그대 가슴에 요요히 흐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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