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시> 저 혼자 가는구나

洪 海 里 2005. 11. 28. 06:52
저 혼자 가는구나
홍해리(洪海里)
 

살이 살을 만나 살불을 밝힌들
바람보다 가벼워 바람만도 못한 것을
저들은 사랑이라 사뭇 야단이다만
사랑이 사랑인들 어쩌겠느냐
사랑으로 천년을 밝히고
사랑으로 만리 밖까지 밝히겠느냐
풀꽃보다 못한 사랑
유행가만도 못한 사랑이여
네 가슴에 등불 하나 켜고
슬픔에도 이별에도 눈물에게도
꽃 같이 환한 등불 하나 달아 주마
하얗게 눈부신 꽃등 하나 켜 주마
막막한 봄날은 저 혼자 떠나가고
피고 지고 사랑도 저 혼자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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