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투명한 슬픔』1996

<시> 등명을 지나며

洪 海 里 2005. 12. 4. 05:36

 



등명燈明을 지나며


洪 海 里


 

입추, 그리고 처서가 지나면
과일나무들이 세상의 단맛을 모아
열매를 둥글게 부풀리는 때 ……

온세상이 등불을 밝혀들고
우리들의 속속까지 투명하게 비추어
그 동안 지은 죄도 사해지는가

겨울 봄 여름을 지나온
모든 목숨들이 성숙한 목으로
하늘 가득 가락을 울리나니

풀잎도
나무와 바위까지도 악기가 되어
우주의 교향시를 엮고 있다

이 나라 산들이 맑고 고운 물빛으로
더욱 우뚝 서고
동해바다 등명 근처의 물결도
거울이 되어 가락난 소리결로
가인과 눈빛을 맞추고 있다.


- 시집『투명한 슬픔』(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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