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투명한 슬픔』1996

<시> 관악산을 보며

洪 海 里 2005. 12. 4. 16:50
관악산을 보며
 

방배3동 산82번지에서 바라다보는
관악산의 누운 여자
하늘 보고 발랑 누워 있는 그 여자
안개 속에서 구름 속에서 더욱 섹시한 그 여자
맑은 하늘 아래 또는 빗속에서
다 벗고 누워 있는 그 여자
하늘의 연인 바람의 연인인 그 여자
하늘을 유혹하고
바람을 유혹하는
천년을 한 자리 누워
햇살에 그을린 가무잡잡한 그 여자
폭풍의 위협에도 움쩍도 않는 그 여자
흐벅지게 드러낸 전신의 풋기운
밤이면 더욱 뚜렷한 실루엣으로
장안의 불빛을 유혹하는 그 여자
전생의 업이 뜨거워
죽어도 죽지 못하는 그 여자
허공을 움켜잡은 손 놓지 못하고
새벽녘이면 뜨거운 물로 질척한
골짜기 가득 밤꽃이 지고
잠든
요조숙녀인 그 여자,
관악산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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