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투명한 슬픔』1996

<시> 인수봉의 말

洪 海 里 2005. 12. 4. 18:35
인수봉의 말
홍해리(洪海里)
 

그대는 하나의 거대한 상징
서라 서라 하네
청정무구의 변함없는 말씀으로
서라 서라 하네

자신도 잊고 빠져들라 하네
신명으로
크면서도 크지 않게
작으면서도 작지 않게
천의 모습으로 입고 벗고 버리라 하네

날마다 보아도
못 보는 모습 보라 하네
구름 잡으랴
나물 잡으랴
새소리 잡으랴

빗줄기를 잡던
눈발을 잡던
하늘을 잡던
바람 일어 독경하고
눈이 내려 살풀이하네

달 떠올라 욕심없이 한잔 권커니 자커니
또 어디 길이 없더냐
속으로 들어가라
속이 어디 보이더냐
너를, 벗어나라
멀리 서라 서라 하네.

 

'시집『투명한 슬픔』199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한강  (0) 2005.12.04
<시> 꿀벌과 벌꿀  (0) 2005.12.04
<시> 일상  (0) 2005.12.04
<시> 장미원에서 2  (0) 2005.12.04
<시> 감기  (0) 200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