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임자도> 임자도 새벽바다

洪 海 里 2005. 12. 28. 03:43
서초당 할머니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사람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 성헌기념회 2005/11/3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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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할머니는 사람살림의 등불을 높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1

6.25,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국군은 후방지역 탈환에 나섰습니다.  해군에서는 후방 요원들로 구성된 [백부대](부대장:白南杓 소령)를  목포에 파견하였습니다.  

백부대는 임자도를 탈환하고자 상륙작전을 전개하였습니다.

9.28 서울수복이 이루어 진뒤 20여일이 지난 1950년 10월 19일 동이 틀 무렵.

포성과  총소리가 임자도의 잠을 깨웠습니다.

 

-시:

임자도 새벽바다/홍해리

 

개펄엔

온갖 역사의 찌꺼기들이 떠나가지 못한 채 누워 있고 불빛도 밤 새 부대끼다 물에 뜬 물고기 눈빛이 되어 바닷물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멀리 바다에는 새우잡이 배들이 날개를 바닷속에 박은 채 밤새도록 꽂혀 있었다. 아직 떠오르지 않은 태양의 주변을 맴돌던 바람이 섬의 가슴과 사타구니를 핥고 있을 때 사람들은 아직 잠의 품에서 꿈을 찾아 방황하고 바닷새들이 먼저 바다를 장악하여 끼룩끼룩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검둥이 누렁이 흰둥이 섬의 개들이 갯내를 뱉으며 컹컹컹 새벽을 따라 바다로 바다로 내닫고 있었다. 바다에는 무엇이 살고 있는지 그 큰 눈 그 큰 귀 그 큰 가슴을 열고 하늘을 통째로 품은 채 끄덕도 않고 있었다. 사내들은 다 어디 가 숨었는지 모습 하나 보이지 않고 여자들의 흐느낌만이 아침해를 안고 낑낑대고 있었다.

아아 임자도 새벽바다여,

여름날 새우젓에 쩔은 바람으로 일어서는 섬이여, 새우젓이여. 밤새도록 익사하다 거품을 물고 비수를 물고, 빨고 물어뜯다 일어서 백치알을 치고 있는 임자도 새벽바다여.

 

 

백부대가 상륙에 앞서 바다위에서 한 시간 이상 섬을 향해 사격을 가하였습니다.  인민군이 주둔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위력시위를 한 것입니다.

그 때 임자도 주민들은 통신 상태가 두절되어 바깥 상황의 변화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상륙한 백부대 요원들을 인민군으로 착각해 [인민군 만세!!]를 부르며 나갔다가 총에 맞기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2

백부대 일개 분대가 장동마을로 들어왔습니다.

동네사람들은 환영하기 위해 대보둑 밑으로 나갔습니다.  

 

#3

백부대요원들은 마을 수색에 나섰습니다. 그들은 장동리 인민위원회 사무실을 뒤져, 괘종시계 속에서 해양 경비대원과 조장 이름이 적힌 명부를 찾아내었습니다. 해양경비대원들은 평범한 동네 청년 들이었습니다. 마을 인민위원회에서 2인 1조로  마을앞 보초를 내보내며 둘 중 나이가 많은 이들을 조장으로 임명해 놓은 것 뿐이었습니다.

백부대원들이 명부를 가지고 대보둑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 때 김영률이라는 장동청년이 둑 위로 올라가 악수를 청하며 말했습니다.

[동무들 환영합니다]

백부대원들은 그가 엉겁결에 말한 [동무들]이란 말을 듣고 분노했습니다. 그를 뒤돌려 세운 다음 등에 대 여섯 발의 총을 쏘았습니다. 김영률은 [픽]하고 고꾸라져 즉사하고 말았습니다. 분위기가 싸늘하게 굳었습니다.

 

#4 
백부대원이 둑 위에서 엄격한 소리로 말했습니다.
"호명하는 사람은 둑 위로 올라 오라"
그들은 명부에 기재되어 있던 경비조장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김인태 ! ....  김종용 !....   정복동 ! ....김정태 !.... 박쌀봉 !..." 
백부대원들은 그들을 주민들 앞에서 총을 쏘아 죽이려하였습니다.   

 

#5

이때였습니다.

서초당 이재월 할머니가 분연히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녀가 백부대원들의 총부리 앞을 가슴으로 막았습니다. 죽고사는 것이 일순간 기분에 따라 결정되는 일촉즉발의 시각이었습니다. 그녀는 소리쳤습니다.
"총을 쏘지 마시오!!

인공 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오. 그런데 국군마져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백부대원들은 총부리를 가슴으로 가로막는 그녀의 서슬에 놀랬습니다. 그녀가 인공치하에서 좌익에 의해 전가족이 몰살당한 임자도 최대의 피해자 가족임을 알았습니다.  

일단 마을 사람들을 해산시켰습니다.

 

#6

백부대원들은 계획을 아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조장들을 일렬로 세워 백산 쪽으로 끌고간 다음 밭둑에 앉혀 놓고 한 명씩 일으켜 세워 사살하고는 임자도를 떠났습니다. 

 

#7

김인태와 정복동 두 명의 조장은 총을 급소에 맞지 않아 즉사하지 않았습니다. 죽은 척 쓰러져 있다가 백부대원들이 현장을 떠나가자  고함을 질렀습니다.

"사람살려~"

사람들이 달려갔고 그들의 아버지가 피흘리며 신음하던 자식들을 지게에 지고 집으로 데려가 치료하였습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후 그들은 신음 속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8

아수라의 계절,

서초당 할머니는 생명의 가치가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고 믿었습니다. 

국군수복이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이 그녀의 집으로 도망해 들어와 숨어 있고자 하였습니다.

그녀는 이념의 차이와 과거의 잘잘못을 덮고 그들을 감춰주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아랑곳하지 하지 않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그녀가 치켜올렸던 사람살림의 등불을 꺼뜨리지 않고 그녀에게 동행할 것을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