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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차꽃과 열매> 녹차씨앗과 친구

洪 海 里 2005. 12. 29. 07:06

 

무슨 사연인지 모르지만

작년부터 서해의 비안도라는 작은섬으로 들어가

살고 있는 권일이란 친구가 있습니다.

우석고교 동창생인데,

한때는 제법 잘 나가던  친구로 기억됩니다.

그 친구가 혼자 섬에 들어가 살고 있다 합니다.

이유는 서로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친구가 작년부터 녹차 묘목을 구해달라며

몇번 부탁을 하더군요.

그 까닭을 물었더니 섬 산기슭에 

텃밭을 가꾸어 녹차를 심을 거라 합니다.

아! 글쎄 ..잎을 따서 차를 만들어 마시고

친구들이 찾아 오면 녹차 대접을 하고 싶다고.

(어느 세월에 그걸 키워서....)

 

 

(녹차꽃)

 

수소문을 해보니 묘목 구하기도 쉽지도 않고..

상당히 많은 양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묘목을 차로,배로 운반해 가는것도 어렵고..

결국 씨앗으로 파종하기로 하고

씨앗을 채취할 시기를 기다렸죠.

요즘이 녹차씨앗 수확하기에 아주 적기입니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동안

정읍지역의 녹차 자생지를 다녀 왔습니다.

말은 거창하게 들려도  사실은

제가 살고 있는 정읍시내 한복판에 야산에서

녹차 나무가 아주 많이 자생하고 있거든요.

 

 

(꽃봉우리)

 

이틀동안 애쓴 보람이 있어 한말 정도의 씨앗을

채취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 녹차가 자생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나 많은 녹차나무가 있는줄은 몰랐습니다.

가끔 산책이나 하러 오르던 산이었는데..

봄철에 어린 새순을 채취하러 사람들이 돌아다닌듯

거미줄처럼 길이 나 있더군요.

 

 

(열매)

 

일요일 오후에 친구에게 연락을 하니

섬에 있을줄 알았던 친구가

뜻밖에도 전주에 나와 있었습니다.

그 섬에는 부정기적인 여객선이 가끔 다닌다 더군요.

해운회사가 적자운영이라 잘 다니질 않는다네요.

정기 여객선이 없어 필요 할땐

어선을 빌려 타고 다닌다고 합니다.

볼일도 있고 생필품 구입을 위해 어선을 타고

나왔다고 합니다.

 

 

(열매와 청개구리)

 

연락을 받은 친구는 단숨에 달려 왔더군요.

씨앗을 보고 기뻐하던 친구의 모습을 보니

오랫만에 만나 봐서 그런지

배타적인 낯선 섬에서

혼자 고생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욱 주름살이 많아 보입디다.

같이 한끼의 식사도 할 겨를이 없이

친구는 떠나갔습니다.

 

 

(자생녹차밭)

 

내년 봄에는 섬 산기슭에  텃밭을 일구어

내가 따준  씨앗을 파종하겠죠.

세월이 흐르다 보면 그 씨앗이 성장하여

어느땐 가는 어린순을 따서 

친구 말대로 차를 만드는 날도 있을겁니다.

기다려 보렵니다.

친구와 함께 맛있는 녹차 한잔을

 마시는 그날을....

 

     


 
출처 : 블로그 > 들꽃이야기 | 글쓴이 : 구름과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