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동아일보

<책갈피> 레오 톨스토이

洪 海 里 2005. 12. 30. 08:22
04/09/08

[책갈피 속의 오늘]

 

1828년 레오 톨스토이 출생

“톨스토이의 산문은 영원(永遠)의 깊이에서 우러나와 자연(自然)처럼 나이도 없이 모든 시대를 산다!”(슈테판 츠바이크)

‘세계문학전집’의 마당에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한 대문호 톨스토이.

그는 인간 영혼의 정점이었다. ‘인류의 교사’였다. ‘성(聖) 톨스토이’로 불렸던 순례자였다.

그러나 그는 그의 이름 ‘레오’ 그대로 사자(獅子)의 삶을 살았으니 바다를 열망하며 ‘불굴의 강(江)’으로 흘렀다.

“용감했으나 완고했고, 야성적이었으나 어린아이 같았다.”(막심 고리키)

그는 항상 죽음을 두려워했다. 발작으로 자주 고꾸라졌던 도스토예프스키는 생의 마지막에 초연했으나 이 건강의 화신은 그러지 못했다.

톨스토이의 숭고한 정신은 이면에 뜨거운 육체의 욕망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영혼은 육체를 떠나 마음껏 자유롭게 호흡한 적이 결코 없었다. “신(神)은 나의 욕망이다!”

마차꾼 같은 상스럽고 천박한 말투를 즐겨 쓰곤 했으니 그건 천성이었다.

1862년. 34세의 톨스토이는 18세의 소피아 안드레예브와 결혼한다. 그리고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이라는 거대한 전쟁의 캔버스 위에 웅장한 서사시를 써내려갔다.

‘전쟁과 평화’(1864∼69년)에는 나폴레옹의 악(惡)과 선량함의 상징인 러시아 농부 카라타예프의 선(善) 사이에 559명의 등장인물이 배열된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1873∼76년)를 완성한 뒤 죽음의 번뇌와 삶의 무상에 대해 심각한 정신적 동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리스도적 무정부주의자’로 다시 태어난다. 영적 번민은 그를 ‘톨스토이즘’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후 “그의 예술은 생기를 잃고 이내 창백해졌다.”(서머싯 몸)

해마다 200만섬을 수확할 수 있는 농지를 세습 받았던 제정러시아의 귀족 톨스토이.

그는 농부처럼 간소한 삶을 살고자 했다. ‘무소유(無所有)’를 설파했다. 이 때문에 생긴 아내와의 불화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어느 날 밤, 그는 몰래 집을 떠났다.

그리고 며칠 뒤 시골의 외딴 간이역에서 방랑(放浪)으로 채색된 삶을 거두었다. 폐렴이었다. 그의 나이 82세.

“하늘이 꾸미신 그대로 두어라”는 유언대로 잡초만 무성한 무덤가엔 안드레이의 독백(獨白)이 맴돈다.

“어째서 지금까지 저 높은 하늘을 보지 못했을까….”(‘전쟁과 평화’)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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