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가을 바닷가에서

洪 海 里 2006. 2. 18. 10:23

가을 바닷가에서

 

 

여름내 백사장에 빠져 있던 음모들이

하릴없이 바람에 슬리고

우우우 물러서는 바다를 따라

정관절제 수술을 한 사내들의 무리가

영원 속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꿈의 나라의 영광을 위하여

물 속에 잠긴 불빛의 뜨거움을 위하여

흔들리는 물결의 덧없음을 위하여

바닷바람 따라 밤바람 따라

지상의 모든 집들은 허물어지고

사내들의 밀실은 문이 잠겼다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는 사내들의 두런거림이

바닷가 여자들의 꿈을 얼룩지우고

바닷새들도 모두 깊은 잠 속으로 침몰했다

음험하고 무덥던 여름 바다여

모래알을 안고 뒤채이면서

목없는 아이들의 비명이 터져나오고

천으로 만으로 터져나오고

적막의 검은 천이 덮인 바다 위로

가을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휘파람소리가 쓸쓸히 수평선에 가 걸려 있고

꺽꺽꺽 울음소리를 바다는 토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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