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신금언론

洪 海 里 2006. 2. 18. 10:31

新金言論

 

홍 해 리

 

쇠는 아무 때나 두드리면 되고

이제는 구르는 돌에도 이끼가 돋는다

겨울이면 장미꽃이 아름다이 피어나고

봄은 여름 앞서 오지 않으며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을 가리고 있다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내일은 또 내일의 내일로

휘파람을 불며 술을 마시고

콩 심은 데 팥이 팥 심은 데 콩이 난다

한 마리의 토끼를 쫒는 일이나

우물을 하나만 파는 일은 옛날이야기

빈 그릇도 소리가 나지 않으며

천릿길도 한 발짝에 달려가면 된다

흘러간 물은 다시 돌아오고

티끌은 티끌 태산은 태산

기쁨의 종말은 기쁨 슬픔의 시초는 슬픔

잘 짖는 개가 물어뜯으며

술을 마시고 나면 온 세상이 진리요

반짝이는 것은 모두 금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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