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洪 海 里 2006. 2. 18. 12:05

 

 

꽃이나 돌멩이도

하나의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도토리묵장수의 새벽 외침도

생선가게의 바닷비린내도

계약의 이행을 위한 희망일 뿐

 

네가 약속을 깨면

무의미의 물상,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흥건히 땅 위에 깔리고,

 

너와 내가 이루는 다변의 향연도

불립문자의 묵시 앞엔

한 장의 어둠

돌아누운 벽의 눈이 감긴다

 

무의미의 홍수 속으로 떠가는

구둣점의 무모함,

사유의 갈피마다

가득 번지는 비인 의미!

 

네가 눈을 들어 대상을 대할 때

빛나는 꽃도 하나의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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