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洪 海 里
장미꽃 어질머리 사이 찔레꽃 한 그루 옥양목 속적삼으로 피어 있다.
돈도 칼도 다 소용없다고 사랑도 복수도 부질없다고 지나고 나서야 하릴없이 고개 끄덕이는 천릿길 유배와 하늘 보고 서 있는 선비.
왜 슬픔은 가시처럼 자꾸 배어나오는지 무장무장 물결표로 이어지고 끊어지는 그리움으로 세상 가득 흰 물이 드는구나.
밤이면 사기등잔 심지 돋워 밝혀 놓고 치마폭 다소곳이 여미지도 못하고 가는 달빛 잣아 젖은 사연 올올 엮는데,
바람도 눈 감고 서서 잠시 쉴 때면 생기짚어 피지 않았어도 찔레꽃 마악 몸 씻은 듯 풋풋하여 선비는 귀가 푸르게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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