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겨울 속의 눈과 눈들

洪 海 里 2006. 5. 6. 05:52

겨울 속의 눈과 눈들

洪 海 里

 


밖에는 눈 내리고 바람 찬
한겨울날 며칠째
무릎에 침을 꽂고
반듯이 누워
창 밖으로 흐르는 세월을
뒤돌아보면
절름거리며 걸어온 길이
아득히 먼 하늘가로
허위허위 숨 가쁘게 가고 있다
갈길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따끔거리는 달빛과 햇살과
뻐근한 물과 공기와 불과
쩌릿거리는 사랑과 그리움으로 어우러지는
험한 고개는 몇이나 넘고
깊은 강은 얼마나 건너야 하는지
지독한 방랑의 길을 떠도는
저 바람과 흰 구름장을 보며
꼿꼿이 서서 무작정 세월을 견디고 있는
나무들의 신선한 침묵 위에
오늘도 눈발이 내려
허전하게 지고 있는 세월을
서로 어루만져 주고 있는
저 눈과 눈들.

(시집『봄, 벼락치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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