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날아가는 불

洪 海 里 2006. 5. 6. 05:56

날아가는 불

洪 海 里

 


평생 퍼마신 술이라는 이름의 물로
이 몸은 술통이 되었다
술독이 오른 술독이 되었다
술독이 오르니 온몸에 술의 독이 퍼지고
술병이 든 술병이 되었다
온몸이 술이 되었다
몸은 없고 술만 있다
바람에도 날아가고
물 한 방울에도 씻겨내리는
아무것도 없는 몸이 되었다
의사는 알콜성 영양실조 진단을 내리고
금주를 선고했다
나는 금주주의자가 되었다
이제 나는 비어 있는 주막이 그립다
깨진 유행가 가락만 떠도는
그리운 술집,
물 속의 불집, 불의 집,
나는 술이 고픈 나그네가 되었다
아, 나는 떠도는 불이다
불의 집을 안고 날아가는
나는 술이다.


 - 시집『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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