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
바람같은 얼굴
마라도 5
오늘 수평선은
네 눈썹처럼 진하다
너도 네 눈썹을 갈매기처럼 그리지 말고
수평선처럼 그려라
그러면 네 얼굴도 바다가 되리라
[고창수]
詩論 1
너의 시(詩)로 하여금
가을 하늘에 알몸을
드러내고
간이 쓰리도록 무르익게 하여라.
별 하늘에 알몸을 드러내고
혼이 꿰뚫어 보이도록 무르익게 하여라.
서러움이 너의
목청에 잦아들어
핏발이 서면서 영글도록 두어 보아라.
핏발이 선 목소리가
저승의 하늘에 메아리치게 하여라.
[임보]
꽃손톱
푸른가시연꽃의 노래 27
무명지 손톱 끝의 봉숭아물이
첫눈이 오기 전에 지면 어이해
첫눈이 오기까지 피어 있으면
떠났던 정든 님이 돌아온다던데
서리 어린 이 한밤 젖은 눈으로
빈 하늘 바라보며 가슴 조이네
[홍해리]
필삭筆削
철새는 천리 먼 길 멀다 않고 날아간다
길 없는 길이 길이라 믿고
必死的이다.
더 쓸 것 쓰고 지울 것 지우며
막무가내 날아가는 시인의 길, 멀다!
[박희진]
어느 플레이 보이의 고백
나는 여자를 쫓지는 않았어요.
제발로 걸려들게 냄새만 피웠지요.
나는 여자를 차버리진 않았어요.
제발로 떨어져 나가게 하였을 뿐.
색도에 눈을 뜨니, 내 눈엔 이상하게
스스로 꼬리치는 여자만 보였어요.
그런 여자들이 오죽하겠습니까만
세상엔 우글우글 너무도 많았어요.
나는 차츰 간덩이가 부었지요.
아무리 먹어도 배 부른 줄 모르겠고,
아무리 씹어도 살맛이 안 났어요.
어디 좀 색다른 드릴을 찾아보자.
그래서 총 메고 나선 게 처녀사냥,
생전 처음으로 여자를 쫓았지요.
드릴 백프로, 마침내 총을 겨누고 쏘려는데
어럽쇼, 난데없이, 호랑이 한 마리,
와락 내게 덤벼들어 혼비백산했죠.
그 뒤로 나는 그만 못쓰게 되었어요.
<개구리도 한철>이라는 것을
나는 좀더 일찍 알았어야 되는 건데.
[목필균]
아름다운 사람들
살다보면 생각지도 않았는데
아름다운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별 한 점 없는 캄캄한 가슴에
빛이 되어주는 사람
비켜 설 수 없는 길에서
편하게 기대고 싶은 사람
얼굴 마주 한 일이 없어도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
먼먼 기억의 늪 속에
나를 꺼내어 손잡아 주는 사람
살다보면 문득문득
그 아름다운 사람들 때문에
기쁜 눈물지을 때가 있다
[윤준경]
어머니
어머니
당신께 드릴 언어가
이 지상에는 없습니다
나는 그저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을 향해
엄마........ 하고 아이 때처럼
불러볼 뿐입니다
조롱조롱 생각이 떠오릅니다
헌신이라고도 사랑이라고도
희생이라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뼈와 살을 다 주시고
가실땐 혼마저 주셨던가요
엄마........ 이 지상에는
당신께 바칠 언어가 없어
저 하늘 어머니나라의 말씀을
밤마다 별에게 배우는 중입니다
[작곡가 :변규백]
[가수:하덕희, 이생진,고창수시인]
[윤준경시인님 노래도 잘부르시고..]
토요일 시낭송회에 다녀왔습니다.
공지해도 가자하는 사람이 없어서
저혼자 다녀왔습니다.
시를 사랑하는 분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뵐수있는 기회가 되었구요.
시와 음악과 노래가 있었던 시낭송회였습니다.
아래 나오는 무명도는 이생진님의 시를
변규백 작곡가님이 작곡을 하여 하덕희님이
직접부른것입니다.
시향을 노래로 느껴보세요..^^*
좋은시를 읽으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집니다.
대리배설을 느끼는 ..ㅎ
잘 배설이 된것들이 건강의 척도이듯이
아름다운 시 또한 우리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초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섬시인으로 불리우는 이생진시인님의 고향 모교에
시비가 06년 5월14일 세워짐을 축하드리며,
홍해리,김금용 시인님의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무명도(無名島)
시 이생진 / 작곡 변규백 / 노래 하덕희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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