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편지> 다시, 비 내리는 날에/김판용(시인)

洪 海 里 2006. 7. 10. 11:15

홍해리 시인께,

 

비가 내리네요.
어떤 분은 그래서 커피맛이 더 좋다고 하던데....
그런 여유 누리고 계신지요?

저도 그분 유혹에 그리 좋아하지 않는 커피를 곁에 두고 있습니다.
남부지방은 태풍으로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별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주에는 일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대학 학과 동문회를 했는데 백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고 그래서 주말까지 좀 흥청거리기도 했지요.

그전에 화요일과 수요일에 호주의 모나쉬대학에서 온 교생들 문화 답사 안내를 맡아서 이리저리 코스도 짜고 또 끌고 다녔습니다.
그 이야기 좀 하려고요.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려서 우산을 쓰고 광한루에 들었습니다.
오규원의 시에 나오는 일본의 속담처럼
"한번 젖는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며
비를 맞더라도 의연하자고 했지만 어려웠습니다.

남원국악원에 들려서 판소리 감상과 사물놀이도 체험하게 하고
그리고 진안 마이산에 들렀다가
비맞은 생쥐가 다되어 내소사에 갔었지요.




템플스테이 <입제식>을 하면서 스님께서는 절집에 들어와 절을 하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걸 통역하는데 모든 시간은 평소보다 2배가 걸렸습니다.
자신들과 맞지 않아서 왜 이리 의식(儀式)이 많냐고 본질을 의심하면서도 고분고분 따라하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체험활동으로 각자 자신의 연꽃을 만들었습니다.
백지에 색색의 꽃잎을 붙이고 그 안에 소원문을 적고
그리고 촛불을 켜서 탑돌이를 했지요.

자신의 소망을 빌면 이뤄진다고
소지에 적힌 영문의 기원들........
그들은 떠났지만 그 들의 소망이 이국 땅의 발원으로 이뤄질지 모르겠습니다.

탑돌이가 끝나고 그 등을 모두 대웅전 앞뜰어 올려놓았습니다.
도량석을 하듯 스님을 따라 어둔 구석구석을 돌고 나서였지요.
그 모습이 매우 정갈했습니다.




새벽 3시 50분에 일어나 스님의 도량석을 따라 법당으로 향합니다.
호주 사람들 아마 힘들었을 텐데요.
(누구 지시받고, 통제 당하는 것 아주 싫어해서)

그래도 법문을 외우고 전날 배운 삼배를 따라하고...
그리고 새벽 전나무 숲길을 걸어 보제루에 올라 참선도 마쳤습니다.

그 사이 간밤에 만들어 밝혔던 자신들의 연등이 불을 밝히고 있었지요.
어둔 밤에 떠가는 반야용선처럼 두둥실 떠나갈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두시간 가까이 들여서 발우공양을했습니다.
발우를 내리면서 절을 하고......

그리고 청수를 받고 또 밥을 맏고 국과 밥을 맏으면서도
합수를 하고.........
(햄버거 들고 다니면서 먹던 사람에게 이건 큰 벌이지요.)

그리고 밥을 먹으면서 말하면 안되고, 다 먹고 나서 단무지 하나로 설겆이 하는 법!

청수로 그릇을 씻어 뭇고 밥알이나 찌거기가 하나라도 남으면
그 개숫물을 나누어 먹어여 한다는 말에 모두 아연실색했는데........
(식성이 안 맞아서 절밥을 남긴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와 만난 뜰 앞의 연꽃
새벽 안개가 머문 내소사를 더 그윽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전날 만들었던 연꽃이 환생한듯.... 빛깔도 곱습니다.




고창의 복분자 공장과 고인돌을 돌아 모양성에 이르렀습니다.
서양의 요새인 성과는 다른 공동체적 울타리를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습니다.

모양성은 장태산이라는 산에 기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성이자 테뫼성인데 돌을 이고 돌면 다리가 튼튼해지고
또 무병장수하며 극락왕생한다고 하니 신기해 합니다.

나중에는 왜 하필 여자들만 돌을 들고 성곽을 도느냐고 따지듯 묻더군요.
위 모습은 진서루 누각에 있는 모습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풍경 중에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추령의 장승촌입니다.
촌장님에게 점심과 체험 학습까지 부탁을 드렸는데
장승을 만들면서 아주 좋아하더군요.

저 모습은 장승을 깍는 교생들과 이들을 옆에서 가르치는 촌장님의 모습입니다.
폐허의 땅을 13년 동안 일궈 우리나라 제일의 장승공원을 만든
촌장님을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습니다.

다시 한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두렵고, 걱정스럽지만 들어가면 또 활기찹니다.

저는 이번주에 외국에 나갔다가 옵니다.
갔다 오자마자 다음 날부터 자격 연수가 시작이 됩니다.
8월 22일까지인데... 돌아다니기 좋아해서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주 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판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