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牛耳詩> 여름 모꼬지 언저리 이야기/이대의 시인

洪 海 里 2006. 8. 23. 04:46


<牛耳詩> 여름 모꼬지 언저리 이야기


이대의 (시인)


1. 이선용 씨 결혼 좀 시켜주소!

<언덕의 바람>에서 환상적인 시낭송회가 끝나고
일출 민박에서 거창한 연회가 시작되었다.
지역주민들이 준비한 음식은 그야말로 환상이었고
분주하게 장어를 굽고 수박을 자르고 회를 자르고 나르는 풍경은 잔치집 분위기였다.
그곳에서 지역주민을 대표한 분이 이선용 씨에 대해 경탄하는 말을 했다.
외지 사람이 이곳 섬에 와서 단 4년만(정확히 3년 8개월)에 이곳 사람을 제압하고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이선용 씨 아니고서는 할 수 없다고
이런 일은 이 지역에서 전무후무할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이선용 씨 결혼 좀 시켜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이인평 형님이 대답한다.
“그건 절대 안 돼요. 결혼을 하면 절대 안 돼요.
지금 결혼했으면 이 자리도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 우리가 와도 아는 척도 안할 거요.......”
그 말에 우이시인들은 대부분 동조하는 분위기고
현지 분들은 의아해하는 표정이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여흥 자리까지 이어져 진도아리랑을 부르는데
결혼을 해야한다고 또 결혼을 하면 안된다고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이 소리를 들은 김판용 시인이
“저건 진도아리랑이 아니라 이선용 결혼 아리랑여.”
이렇게 날이 새고 다시 다음날 밤 황토방 마당에서 여흥이 벌어졌다.
송성묵 선생과 배일동 선생의 판소리에 익숙해져서 인지
이선용 씨가 웬 '슈퍼댁 판소리'를 한다고 하고
그동안 섬에 다녀온 곳을 일일이 판소리체로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소리가 길어서 지루했는지 이인평 형님이 한마디 한다.
“차라리 결혼해라.”
그래도 끝나지 않으니까 다시 소리친다.
“차라리 결혼하라니까ㅋㅋㅋㅋㅋ.”
그리하여 '슈퍼댁 판소리'는 서둘러 끝나고 송성묵 선생의 판소리가 들어가려 하는데
이선용 씨가 또 한마디 하려고 하자 김정균 씨가 나선다.
“(개그컨서트 버전) 선용이 들어가!ㅋㅋㅋ...”
이 말을 듣는 순간 권혁수 형님과 나는 얼굴을 마주쳤다.
혁수 형님이 먼저 운을 뗀다.
“바로 저거여. 저런 걸 연구해야 돼.”
나도 답했다.
“형님! 배워요. 저런 개그를 배우란 말여.
맨날 이대이 비겼다는 소리만 하지 말고.........”
그렇게 밤은 깊어가는데 판소리를 한 배일동 선생이
이선용 씨는 판소리 지대로 했다고 목소리까지 쉬었으니 하면서 덧붙인 말.
“근데 이선용 씨는 전생이 약장수였을 거여.”

2. 향일암 일출은 헛것이 보인 거여?

향일암 일출은 뭐라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나도 역시 그동안 두 번이나 실패한 터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우이시인들의 착한 심성 때문에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밖에 나가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달빛이 너무도 환했다. 중간중간 별빛도 보이고---.
최근 이렇게 맑은 날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일출을 확신하고 달빛 깔린 길을 올라갔다.
너무도 짧은 거리에 있는 장소가 이렇게 유명한 일출 장소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대부분 지리산 천왕봉이나 북한산 백운대, 덕유산과 소백산 일출과 같이
몇 시간을 걸어 산행을 해야만 제대로 된 일출을 볼 수 있는데
너무도 편한 일출을 보는 것이라 일출을 볼 수 없어도 아쉬움도 덜할 듯 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향일암은 너무도 고즈넉했다.
사람도 별로 없어 옆 사람과 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고요했다.
우리는 무작정 일출을 기다리며 바다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출 시간이 5시 10분 경이라 했는데 5시 반이 돼도 여명이 없었다.
오늘도 일출을 못 보는가 하고 포기하려다 그래도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그래도 참고 있다가 그냥 내려가기는 뭐하고
선생님들을 놀리고나 가려고 옆에 밑으로 갔다.
벌써 한 시간이 다 되도록 기다렸음에도 자세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기다리는 모습,
감히 농담을 건네지 못하다가 한마디 했다.
“여기는 일출을 아직 못 본 거요? 조 위는 일출이 다 끝났는데?”
내 말에 선생님들(물론 일부지만)이 반신반의하며 쳐다본다.
송문헌 선생님이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묻는다.
“그거 정말여?”
“예! 정말 멋있었습니다. 이젠 끝났으니 내려가시죠?”
하고 있는데 거짓말 같이 붉은 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 여기는 일출이 인제 시작되네요.”
반신반의 혹은 자포자기 하던 사람들은 일출 광경에 빠져들었다.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서 떠오르는 일출은 가히 장관이었다.
일출이 끝나고 이번 일출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후회할 거라고 하니까
권혁수 형님이 어젯밤에 있었던 말을 풀어놓는다.
“어젯밤에 보니까 판소리 하던 분들이 호흡 잘 맞더라구?
방에 들어가더니 내일 일출은 무슨 일출여, 그러더니 내일 해 안 뜰 거라고,
그것도 진지하게 얘기 하더라구? 그러니까 또 다른 분이 장단을 맞추는데
밖에서 맹꽁이 소리가 들리니까 저 보라고, 내일 분명히 비 올 거여, 그러더라구.”
그런데 올라오기 전 일출 보러가자고 내가 깨우러 갈 때 일어나 있지 않았나고 했더니
“글세, 일어나더니 오줌만 누고 다시 가서 자더라구?”
그 말을 듣고 나중에 송성묵 선생한테 어째 그랬나고 했더니
한참 무안해 있다가 뭐라 한마디는 해야겠다고 한 말
“흠! 그 일출은 아마 헛것 본 걸꺼여.”

3. 해수욕장에서 옷 갈아 입기

남해 그 모든 섬을 유람선 타고 둘러보고 해수욕한다는 것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코스인가?
해수욕을 하기 위해 강용태 씨와 김정균 씨가 잡은 장소는 구석지고 한적한 곳이었다.
그런데 먼저 도착한 선생님들은 모래사장에 자리잡고 있어 옮기자고 했더니
“그리 가면 비키니를 제대로 볼 수 없잖어.”
허걱! 카리스마 넘치는 그 한마디.
그래도 물건을 이쪽으로 나르기 힘들고 그곳이 한적하다고 옮기자고 우겨서
떼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정해진 장소로 갔다.
그런데 문제는 수영복을 갈아 입는 것이 문제다.
200여 미터가 넘는 화장실에 가서 갈아입어야 하는데
땡볕에 가기는 그렇고, 그래서 머리를 쓴 것이 돗자리로 가리고 갈아입는 것이었다.
이때 임보 선생님이 수영복을 꺼내 놓고 말한다.
“음! 말야, 내가 집에서 수영복을 찾으니 집사람이 그러더라구.
그 나온 배를 누구한테 자랑할려구요, 하더라구, 참!”
그런 말과 함께 송문헌 선생님이 먼저 갈아입고 따라서
나도 갈아입고 해수욕하러 가는데 웃음소리가 들려 쳐다봤다.
조병기 선생님이 돗자리를 들고는 있는데
아 글쎄! 웃고 딴청 피느라 해수욕장 쪽은 다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모르고 옷을 갈아 입고 있는 모습.
그 선생님이 옷을 갈아입고 왔길래 그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왈!
“거긴 안 보였지? 그러면 됐어.”

4. 수영을 하고 싶었던 김한순 시인

남자 회원들이 수영복을 갈아입고 물놀이를 하고 있는데
여류회원들은 수영복도 갈아입을 수 없고
더위에 물놀이를 하고 싶었는지 우리가 모여 있는 바윗돌이 있는 곳으로 왔다.
땡볕에 물에 들어 가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바윗돌이 약간 미끄러워 김한순 시인이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던 사이
불안해서 손을 잡아주려 내밀자 손을 잡는 척 그냥 물에 빠진다.
그냥 물에 들어가도 될 것을---.
괜히 이인평 형님이 손을 잘못 잡아서 빠진 것 처럼 들어갈 건 뭐람.
물에 빠져 홈빡 적신 모습으로 일어서더니
“어머! 어떻해---”
하더니 세상에!
멋지게 수영하며 저쪽으로 가는 것 아닌가???

5. 몸에 좋다는 음식은 그저 좋아가지고

이번엔 해산물을 무진장 많이 먹었다.
더구나 강용태 씨 어머님이 해녀여서 바다에서 직접 잡은 성게라든지
장어, 해삼, 전복, 개불 등 자연산을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지난번 북한산 단풍시제 때 전복과 해삼을 한쪽도 못먹었다고 하는 윤준경 선생님.
그 원성을 혼자 들은 이인평 형님은 억울한 모양이다.
이번 인물시 낭송하는 자리까지 그 이야기를 했으니 더욱 억울한 모양이다.
자기 때문이 아니라고 우기다 우기다 결국 말을 바꾼다.
“원래 음식은 잘 먹어줘야만 준비한 사람이 기분 좋은 거여.”
변명 치고는 그럴싸하다.
헌데 더한 시인이 나타났다.
해수욕장에서 김정균 씨와 강용태 씨가 잠수를 해서
해삼과 전복, 게, 미역 등을 잡는데
(해수욕장에서 전복, 해삼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함)
권혁수 형님이 그들을 쫒아다니며 연신 마대자루를 들고 주워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소년이 신나서 일하는 것 같아 가까이 가보았다.
그랬더니 강용태 씨가 가까이에 있는 내게 해삼을 전해주고 잠수했다.
아울러 김정균 씨가 전복을 잡아 가지고 왔는데
그를 받은 권혁수 형님 왈,
“어? 이건 껍데기가 없네? 이거봐. 희한하네.”
그러더니 그 큰 전복을 한 입에 넣는 거 아닌가.
거기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해삼을 주며 자루에 넣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세상에?
“뭘 이런 걸 여기 넣어.”
하더니 그냥 한 입에 넣는다.
우쩐지 아까부터 마대자루를 들고 신나게 담는다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이를 모르고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술을 마시고 있던 회장님은
안주가 적어 아껴 먹고 있을 것 아닌가.
이를 보더니 이인평 형님은 이번 기회에 이미지 쇄신 하려고
끝까지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권혁수 형님의 먹성을 홍보했다.
그러나 이인평 형님이 아까 물에 들어가기 전에 먹는 거 봤다.
남들은 전복을 반에 반으로 짤라 먹고 있는데 하나를 통째로 먹지 않았는가.

이로써 인평 형님은 별을 두 개 달게 되었고 혁수 형님이 팔둑만한 해삼을

통째로 삼킨 일로 새로 별을 달고 말았다.
먹는 것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황토방 마당에서 판소리를 들으며 벚굴을 먹고 있는데 뭔 이유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이선용 씨가 개불을 입으로 뜯어 손으로 쭉쭉 훓어
고미숙 시인에게 주는데 못 먹는 척 고개를 숙이자
권혁수 형님이 받아서 그냥 한 입에 넣었다.
고미숙 시인은 괜히 못 먹는 척 했다가 맛도 못 보고
후에 먹는 모습을 보고 째려보는 원망의 눈빛!
고미숙 시인! 그냥 먹지 그랬어요. 원래 이 바닥이 그렇습니다.

 

6. 명가이드가 될 수 있었던 원인

이번 여름 모꼬지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명가이드들 덕분이었다.
해양수산박물관에서 미리 가이드를 예약해 놓아
그 배려 덕분에 그분을 통해서
어류에 대한 특성 혹은 생김새와 희귀종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자상하고 깔끔한 설명으로 우리는 많은 물고기 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돌산도에 대한 여러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돌산도를 일주하거나 혹은 차량으로 잠시 이동할 때 도움을 준
이선용 씨, 김정균 씨, 강용태 씨 등은 운전 뿐만 아니라
지역에 대한 유래 및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돌산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선용 씨의 경우 현지인 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평하는데
전에 갔을 때 설명을 듣고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동네에 누가 저 동네에 사돈에 팔촌이고 더불어 성격은 어떻고
이 동네와 이 동네의 관계는 어떻고 무슨 집성촌이라고
또한 집에 들어가면 무엇이 있는데 등등..... 하여간 사실인지 모르지만
지역의 역사적인 것 외에 그런 것까지 알려 주니 참 말문이 막힌다.
이번에도 보아하니 설명을 하느라 길이 막히는 줄 모르고
도로 한가운데 차 세워 놓고 설명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 설명하는지 알 만하다.
강용태 씨 역시 농협에 근무하고 있으니 그리고 어머님이 해녀시라고 하니
(솔직히 그 어머님을 뵙고 싶다) 얼마나 생생한 이야기들을 했겠는가?
반면 김정균 씨의 안내는 깔끔하다.
핵심 포인트만 말하고 누가 물어보면 더불어 설명하는 스타일이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권혁수 형님이 칭찬이라고 한마디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다 멋있는 거여."
이 말에 김정균 씨는 할 말을 못하고 얼굴을 창밖으로 돌린다.
사실 멋에 관한한 내가 나보다 멋있다고 느끼면 대단한 얼굴이다.
김정균 씨가 바로 그런 얼굴인데 겸손한 척 창밖으로 얼굴을 돌리는 모습.
이를 본 송성묵 명창이 한마디한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머리에 먹물이 많이 든 거 가토."
이에 배일동 명창이 장단을 맞춘다.
"이 섬에 사니 쭈꾸미, 낙지들을 좀 많이 먹었겠어?......"

7. '언덕의 바람' 시낭송회에서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시낭송회 장소 '언덕의 바람'.
그렇게 멋지고 큰 무대는 내 평생 보지 못했다.
이선용 씨가 현수막과 함께 꾸며논 뒤로 바다가 보이고
바다에는 배가 떠가고 그 건너 섬이 보이니 이 얼마나 환상적인가?
푸른 잔디 언덕에 모여 있는 관객들
지역 주민들이 아이들까지 대동하고 와서 즐기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그 무대에서 뭘 한들 안 멋있겠는가?
나병춘 형님의 물 흐르는 듯한 사회로 진행된 시낭송회
나는 포크음악을 김판용 시인과 함께 노래하려고 하다가
이곳 분위기를 보고 하모니카와 함께 기타 연주하는 것으로 바꿨다.
기타와 하모니카는 모두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악기인 것 같다.
하모니카가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면
기타는 꿈많는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둘이 연습도 안 된 상황에서 무대에 선 다는 것은 무모한 짓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악기 음만 맞으면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것이 있어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첫음만 맞춰보고 구두상으로 약속했다.
그리고는 편안히 시낭송을 듣고 있다가 우리 차례가 되어 나갔다.
이곳 분위기를 생각해 <섬집아기>와 <오빠생각>을 연주한다고 하자
홍해리 회장님이 썬글라스 끼고 하라고 한다.
난 평소에 얼굴에 자신이 있어서
무대에 서면 썬글라스 안 낀다고 멘트를 날릴라고 하는데
김정균 씨 얼굴이 보여 말도 못했다.
그게 아니고 맹인 연주자 같이 하라는 말인가?
하여간 우리의 공연은 잘 끝냈다. 나름대로 박수도 많이 받았다.
기분 같아서는 한 10곡은 더 하고 싶은 생각이지만
시간 관계상 들어오고 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딱 2프로가 부족해. 앞에 돈바구니 놓았으면 딱인데....."
우씨! 뭐야 또!!!
윤석주 형님은 시낭송을 한다고
고미숙 시인의 <첫사랑>을 낭송하다가 잘 안 보인다고 중간에 포기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고미숙 시인이 뭐라 받아쳤는가?
"윤석주 선생님이 제 작품을 완벽하게 표현해 주신 것 같아요.
원래 첫사랑은 다 이루어지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잖아요."
남은 중간에 포기했어도 이런 칭찬을 듣는데 우리는 잘했어도 그런 말을 들으니;;;
권혁수 형님! 이런 걸 배우소.
기껏 연주 끝내고 갔더니 뭐라구요?
"노래 안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어."

8. 술 좀 따라 주시지 그랬어요?

'일출민박집'에서 밤새 술과 광란의 시간을 보내고 아침을 먹으러 간 '대율식당'.
바다가 보이는 뜨락에서 우리는 음식을 먹게 되었다.
자연산만 고집한다는 이곳 음식은 해장엔 그만이고 더 없이 맛있었다.
아침식사 후 잠시 돌산 일주를 하고 금오열도 일주를 하기 위해 '신강수도호' 낚시선을 탔다.
이 지역에서 제일 큰 배라 하는데 탄성이 절로 날 만큼 시설이 잘 되어있는 배였다.
우리는 선장의 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또는 송성묵, 배일동 명창의 판소리를 들으며
그 지역 사람도 못 가봤다는 '소리섬'까지 갔다.
기암괴석들이 이어진 섬들 그리고 동굴까지 들어가 보았으니
정말 이 날은 하늘이 내린 날이라 할 만큼 좋은 날이란다.
금오열도 섬들을 둘러보던 중 점심을 먹기 위해 여도 식당으로 들어갔다.
역시 지역 특색 향토음식들이 나와 잘 먹고 있는데
이인평 형님이 '우이시'를 '신강수도'로 바꾸자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식사 후 뭔 말을 한 거냐고 물었더니
뭔 서러움을 당했는지 목소리 높여 하소연이다.
"아니 말여. 두 분 형님이 내 술잔 빈 것도 모르고 술 한잔 안 따라 주더라구.
근데 신강수도 선장이 술을 따라주는 거 있지. 세 잔씩이나.
그래서 '우이시'를 '신강수도'로 바꾸자고 했지."
이 말을 듣고 있는데 임보 선생님이 "그랬나?" 하고 미안해 하는데
마침 홍해리 회장님이 오길래 왜 그러셨냐고,
'자라나는 새싹을 위해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술 좀 따라 주시지' 했더니...
"새싹은 개뿔. 지 혼자 잘만 마시더라. 중얼중얼....."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