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스크랩] 지하철과 <우이시>/ 황도제

洪 海 里 2006. 8. 18. 10:31
 

<지하철과 우이시>


 지하철과 <우이시>  - -낯선 단어가 나란하다. 서로 무관하고 무심하다.

그러나 내가 의도적으로 <우이시>를 지하철에 갖다놓음으로써 병치의 효과는 교차의 효과를 수반하게 되었다. 상징적 속성의 공통분모가 서로 호환하기 때문이다.

 물질영역의 ‘달린다’와 정신영역의 ‘읽는다’는 이질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달리지만 정지되어 있고, 정지되어 있지만 움직이는 즉,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모순의 궁합이 절묘하다.

 천착하면 서로 다른 모양의 승객들이 승차하여 한량의 객차를 채우고 동일한 노선 위에서 일정시간을 공유하면서 호흡을 나누며 행선지의 목적에 도착하듯, 각기 다른 시어들이 통사구조에 의해 의미구축을 끝내고 탄탄한 구조의 시 한편을 이루면 외연과 내포의 상징적 의미는 이미지로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이뿐이 아니다. 전철구간이 짧다는 점과 시 한편의 분량이 짧다는 점, 전철이 정차할 때마다 승객이 바뀐다는 점과 시 한편마다 내용과 정서가 다르다는 점  등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내면의 영역이며 합일치인 것이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지하철에서 <우이시>를 읽으면 멋진 품격이 연출된다. 아울러 <우이시>의 책장을 넘기는 폼 나는 그림의 장면으로 클로즈업된다. 드디어 전철 안은 <우이시>의 시인들의 얼굴과 그 작품에서 투사된 내용들이 밝은 빛이 되어 전철 안에 가득해진다. 아름다운 장경(場景)이다.

 전철 속에서 책을 본다는 것은 자기가 배우이며 연출가인 멋진 명화이다. 그 속에서도 <우이시>를 일독하는 전신구도는 스스로에게는 기쁨이지만 보는 이에게는  넉넉한 미래의 희망인 것이다

출처 : 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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