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 홍 해 리 몸으로 산을 만들었다허물고,다시 쌓았다무너뜨린다.그것이 온몸으로 세상을 재는한평생의 길,山은 몸속에 있는무등無等의 산이다. 한 마리 자벌레를 본다.저 자그마한 몸뚱어리로푸른 산을 만들고바다를 만들고 벌판을 만든다.몸 자체가 길이고 강이고 시간이다.구부리면 산이 되고쫙 펴면 길게 뻗쳐 지평선이 된다.작은 몸 속에 도사린 우주를새로이 발견한 시인의 눈,끊임없이 쌓았다 무너뜨리는시詩의 산을'자벌레'로 은유했으리라.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저 꾸물꾸물한 움직임은그 얼마나 순정하고 맑고 눈물겨운가?無等의 산속 오솔길은또 얼마나 그윽하고 향기로운 것인가?그 어딘가 숨어있는 옹달샘은또 얼마나 새콤달콤할 것인가?몰래,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푸른 잎사귀 속에서꼼지락거리며 쬐끄만 자벌레들은자신의 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