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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독종毒種』

* 홍해리 시인의 시집. 시에 대한 다양한 변주와 실험을 통해 시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공감과 정서의 정의를 재미있게 재정의하고 있다. 재기넘치는 비유와 은유, 시구 속에 담긴 깊은 성찰이 한데 어우러져 시를 읽는 독자에게 시의 진한 참맛을 일깨워준다. 2000년 들어 왕성한 시 작업 펼치는 홍해리 시인의 새 시집 『독종』 출간!   1969년 시집 『투망도投網圖』를 내며 문단에 나온 홍해리 시인의 새 시집 『독종』이 출간되었다. 홍해리 시인은 최근 시선집 『시인이여 詩人이여』을 포함하여 15권의 개인 시집과 3권의 시선집을 펴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시단의 어른이다.스스로를 ‘식물성 시인’이라 칭하는 홍해리 시인은 꽃을 주제로 쓴 시만 해도 200편이 넘는다 한다. 그 이유가 초등학교 시절..

홍해리 시인

홍해리 시인 난정기蘭丁記임 보 (시인)세이천洗耳泉 오르는 솔밭 고개바다만큼 바다만큼 난초蘭草밭 피워 놓고한란寒蘭, 춘란春蘭, 소심素心, 보세報歲흐르는 가지마다 그넷줄 얽어구름을 박차고 하늘을 날다빈 가슴에 시가 익으면열 서넛 동자놈 오줌을 싸듯세상에다 버럭버럭 시를 갈긴다.졸시집『은수달 사냥』(1988)에 수록되어 있는 「난초 書房 海里」라는 글인데 난정에 대한 인상을 8행의 짧은 시 속에 담아 본 것이다. 그가 난에 심취한 것은 세상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때는 남도의 산하를 매 주말 누비며 채취해 온 기천 분의 춘란을 기르기 위해 자신의 집보다 넓은 온실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蘭丁’이라고 칭호한 것이다. 그러니 난정이 난을 즐긴다는 것은 특별한 정보랄 것도 없다. 이 글의 핵심..

꽃무릇 천지

꽃무릇 천지 洪 海 里  우리들이 오가는 나들목이 어디런가너의 꽃시절을 함께 못할 때나는 네게로 와 잎으로 서고나의 푸른 집에 오지 못할 때너는 내게로 와서 꽃으로 피어라나는 너의 차꼬가 되고너는 내 수갑이 되어속속곳 바람으로이 푸른 가을날 깊은 하늘을 사무치게 하니안안팎으로 가로 지나 세로 지나 가량없어라짝사랑이면 짝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만나지 못하는 사랑이라서나는 죽어 너를 피우고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가나란히 누워보지도 못하고팔베개 한 번 해 주지 못한 사람촛불 환히 밝혀 들고 두 손을 모으면너는 어디 있는가마음만, 마음만 붉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