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사진·캐리커쳐 151

*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임보 시인과!

난蘭과 수석壽石 洪 海 里 한때 나는 난초에 미쳐 살았다 그때 임보 시인은 돌을 안고 놀았다 내가 난을 찾아 산으로 갈 때 그는 돌을 찾아 강으로 갔다 내가 산자락에 엎어져 넝쿨에 긁히고 있었을 때 그는 맑은 물소리로 마음을 씻고 깨끗이 닦았다 난초는 수명이 유한하지만 돌은 무한한 생명을 지닌다 난을 즐기던 나는 눈앞의 것밖에 보지 못했고 그는 돌을 가까이하여 멀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의 시는 찰나적인 것이 주류를 이루었고 그의 작품에는 영원의 향수가 향기롭게 배어 있다 한잔하면 나는 난초잎처럼 흔들리는데 그는 술자리에서도 바위처럼 끄떡없다 난과 수석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조화란 어떤 것인가, 차이는 또 무엇인가 눈 밝은 가을날 석란화 한 점 가만히 들여다보며 넷이서 마주앉아 매실주 한잔..

가을 들녘에 서서 / 부채詩 : 윤정구(시인)

노을빛 감성 황홀한, 순수의 대명사 ​ 홍해리 시인은 임보 시인과 더불어 우이시(牛耳詩)의 설립자요, 실질적인 운영자이다. 임보를 일러 ‘구름 위에 앉아 마술부채로 시를 빚는 시도사(詩道士)’라 부르고, 홍해리는 ‘애란가(愛蘭歌)를 부르며 불도저를 모는 난정법사(蘭丁法士)’라 한 어느 시인의 싯구와 ‘성미가 곧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초심을 지켜’ 간다는 주위의 말대로 어지러운 시대에도 홍해리 시인은 우이동을 청정지대로 지켜가고 있다. 평생 지우(知友)였던 이무원 시인은 홍해리 시인을 ‘그는 풀로 말하면 난이요, 나무로 말하면 매화다. …두루 뭉슬 굴러가야 편한 세상에 그는 낙낙장송이듯 초연하다’고 말하였다. ‘말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서 무엇하리/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다볼 일/ 산속에 숨어 사는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