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깨어진 우주 깨어진 우주 洪 海 里 물결 잔잔한 바다에서 여자는 단순한 꽃송이였다 파도를 빚고 있던 나의 손은 꽃송이의 순수를 걸르고 있었다. 한밤 물결도 잠자고 은어 떼가 순은의 비늘을 세우며 바다를 가르고 있을 때 견고한 듯한 바다는 침묵을 깨고 꺼이꺼이 울었다 마지막 참사랑도 파국이 ..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5
<詩> 꽃피는 밤 창가에서 꽃피는 밤 창가에서 洪 海 里 창은 기억의 꽃이 피는 항구 기억이 소유하는 그리운 사람들이 의식의 까마귀를 날리며 무시로 목선을 타고 출항한다 암흑의 바다 위로 사상의 골편들이 무겁게 떠오르는 영혼은 하늘 가득 날아갔다가 언제나 자유를 노래하며 돌아온다 바람이 뽀얀 배꼽을 ..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5
<시> 개구리 노래 개구리 노래 洪 海 里 겨우내 나의 노래는 칠흑빛 암울한 메아리만 가슴을 울렸어라 창자를 뒤틀어 울부짖던 나의 자유 함성으로 땅을 뚫고 튀어 올랐네 아하 나의 자유여 그러나 이것은 허울 갈갈이 풀어헤칠 나의 혁명 수줍어라 수줍어라 싸늘한 새벽을 탄주하는 나의 악기는 창자를 ..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5
<詩> 짝사랑 짝사랑 洪 海 里 그미네 가슴 외짝 대문 앞 두어 번 흠흠대던 나의 헛기침 목구멍 간질이다 유모어有毛語 유모어有毛語 어디로 가고 공중에 떠오른 고무 풍선 하나. - 시집『投網圖』(1969)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5
<시> 인연 인연 洪 海 里 해질녘 속리산으로 가는 직행버스 차창으로 아주 잠깐 내뵈인 그의 가느다란 눈웃음 다실 <평화> 등나무 뒤에 숨어서 간질이듯 나의 시장기를 허물고 있네 누굴까 등나무 뒤에 숨어서 뵈일 듯 안 보이는 그는 해질녘 구름밭에서 혼자 거닐다 서천에서 내렸는지 몰라 엊..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5
<詩> 선화공주 선화공주善花公主 洪 海 里 종일 피릴 불어도 노래 한 가락 살아나지 않는다. 천년 피먹은 가락 그리 쉽게야 울리야만 구름장만 날리는 해안선의 파돗소리. 물거품 말아 올려 구름 띄우고 바닷가운데 흔들리는 순금 한 말 가슴으로 속가슴으로 모가지를 매어달리는 빛살 천년 서라벌의 ..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5
<시> 시인 시인詩人 洪 海 里 그는 언사言寺의 주지住持, 말을 빚는 비구比丘. * 그림 : 이석조 화백. -시집『投網圖』(1969) * 원본임.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5